The Thing
러시아의 물리학자 레프 테레민은 테레민이란 전자악기(지금의 신디사이저의 조상 격 되는 것) 만든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테레민의 원리는 굉장히 간단해서 오실로스코프, NAND IC, Op-amp, 축전기, 안테나 두 개하고 저항만 가지고 만들 수 있다. (더 간단하게는 그냥 아두이노 키트 가지고 제작할 수 있다)
테레민의 원리와 거의 똑같은 the thing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청장치가 있다. 일단 테레민은 두 개의 oscillator로 구성된 회로를 가지고 있는데 안테나 두 개 주변에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대서 피부의 한 면이 축전기의 한 면 역할을 하는 식으로 주파수를 직접 조율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과학에서는 에테르의 존재와 전자기장 이론이 혼재했던 시기인데, 예전에 아인슈타인 책에서 ‘장은 실체인가?’란 내용 읽었던 것을 기억해 보면 테레민은 장의 실체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예시라 할 수도 있겠다) 그에 비해 도청장치는 그저 cavity에 안테나 하나가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고 이미 조율된 coupling capacitor로 회로가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외부에서 특정 고주파 AC(마이크로파)신호를 쏴서 전원을 공급해주면 그 신호가 변조돼서 다시 외부로 수신되는 식이다.
재밌는 일화라면 레프 테레민은 1차대전 전후에 저 악기를 만들었고 이후에 미국으로 망명해서 살았다. 악기를 발명했던 걸 미루어봤을 때 예술적인 소양이 어느정도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갈망해서 미국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그러다 2차대전이 발발하기 전 시기쯤 러시아 요원들이 미국에 있는 그를 찾아온 뒤로 갑자기 소련으로 귀국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납치당했다는 설도 있고 빚이 있는 게 두려워서 제발로 귀국했다는 설도 있는데 진실은 모른다. 여하튼 소련으로 돌아간 이후에 그는 숙청당해 굴라그 수용소에 있는 비밀 연구소에 갖혀있게 되었고 그렇게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NKVD(구 소련 KGB의 전신)의 감시 하에 개발한 게 저 도청장치였다고 한다. (물리학자를 고문해서 만든 거였을까?)
소련에서 미국 대사관 선물용으로 나무로 조각한 도장 안에다가 몰래 넣은 것인데, 원리 자체는 매우 간단하고 전원장치가 없어 6년동안 저 장치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이고 그것도 영국에서 러시아 도청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