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이야기
왜 사람들은 ‘이야기’라는 걸 전수하는 걸까?
인간이 태어나는 과정을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살펴보면, 어떤 사람들은 정자란 말 꺼내면서 2억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황새가 물어다 줬다고 이야기한다. 인도의 고전 중에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을 바다 심연 아래의 거북이 3000년마다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바다 근처에 나무판자가 있으면 거북은 사람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3000년 동안 기다리며 사람이 될 때까지 반복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생각해보면 과학을 배우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저렇게 받아들일 때가 많다. 성경도 사실 이것이 이야기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논문이 아니고, 그 내용을 ‘믿는다’라는 것도 그 내용이 실제로 과학적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믿는 게 아니라 그 속의 상징과 이야기를 믿는 것에 가깝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유독 과학도들 중 이런 식으로 ‘기표’와 ‘기의’를 무조건 동일시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일이 많다. 실은 당연한 것이, 과학은 서사가 아니라 엄격한 규칙이 중요한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계속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그걸 내 삶에까지 확장시킬 수밖에 없다. 성경 속 내용들, 일리아드 오뒷세이아 같은 데서 나오는 전설이나 신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상징을 믿는다는 게 정확히 무엇일까 싶은 것이다. 얼마전 Zizek이 AI 연구자들과 대화하며 가장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실 AI가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연산 능력과 정보 처리 능력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특별히 인간에 가깝게’ 인공지능을 구성해야 한다고 반드시 생각할 필요는 없으나ㅡimitation game을 이야기한 튜링 이전의 푸앵카레 같은 수학자들은 수학에서 ‘증명’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단계적 논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원리로 통찰할 수 있는 직관을 갖는 것이라고 믿었다. 즉 <컴퓨터는 생각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보다 <인간은 기계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자동화된 증명의 역사를 볼 수 있다고 보았다ㅡ, 여튼 많은 사람들이 AI를 인간 지능과 비교하려 하는 건 사실이다.
가장 인간적이어서 AI로 흉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일단 하나는 ritual behaviour이고, 다른 하나는 swearing이다.
먼저 Ritual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무의미, 무목적이기 때문에 AI로 구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미묘한 특징이 있다. 이건 단순히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그 속에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며,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행위도 아니고, 심지어 기표와 기의가 불일치한다. 재밌어서라거나 오락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다. 한데 굉장히 재밌는 점이라면 과학자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저렇게 기표와 기의를 습관적으로 일치시키려는 바로 그런 행동도 사실 ritual에 해당한다.
Swearing(욕하기)은 기능과 의미가 다층적으로 작동하는 건데 단순히 외설적 단어를 발화한다고 그게 swearing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을 공격하려고 쓰기도 하고 감정을 해소하려고 쓰기도 하고, 어느 경우엔 유대감이나 우정, 유머로 사용되기도 하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결국 ‘의미 없는 의미’라는 것에 대한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실 AI가 내러티브 그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재밌는 내용들이 나온다.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그런 우스갯소리같은 서사들이 왜 있냐고 물으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간은 스스로의 삶이 무작위성의 연속이 아니라 ‘어떤 의미’ 속에 놓여있는 것처럼 느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것은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고 자처하는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겉표면만 신화가 아닌 것처럼 보일 뿐 성공 신화와 같은 것은 잘만 믿게 되는 것 같고, 그게 ‘이야기’인지조차 스스로 인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이야기를 믿고 살아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