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이론과 실재
코펜하겐 해석과 결정론에 대해 논박이 오고가는 경우가 있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설명으은 다음과 같다. 아래는 모 토론에서 한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복사해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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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적이라는 것은 ‘특정 시점에서 위치, 속도, 힘 등 물체에 관여하는 모든 물리량들을 알고 있으면 그 물체의 과거와 미래를 완벽하게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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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뉴턴역학의 경우 {자유물체도, 초기 위치, 초기 속도, ..}를 알고 있다면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용하여 운동방정식을 세움으로써 특정 시간에서의 물체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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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해석은 태생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 이 해석의 주요 골자는 “관측하기 이전에는 물리적 실체 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반만 설명된 말이다. 왜냐면 <어떤 이론이 결정론적이다> 라는 진술 속에는 집약된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정론(determinism)’과 ‘결정론적(deterministic)’이라는 단어를 혼동해서 쓰면 안 되는 것이, 이 두 단어는 사실 의미의 ontological level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개념이 아니다. 심지어 결정론은 non-stochastic이나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과 같은 의미도 아닌 데다가, 단순히 ‘운동방정식’을 세울 수 있다고 그것이 ‘결정론적’이 되는 것도 아니다.
Deterministic은 주어진 초기 데이터들로부터 해의 유일성을 보장하는 구조를 가리키는 수학적 속성을 말한다. 그러나 determinism은 실제 세계가 어떠한지에 대한 존재론적 진술이다. <deterministic framework>와 <deterministic system>은 동치가 아닌데, 이것들이 교묘하게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 이론이 결정론적이다> 라는 진술에 대해서도 일차적으로는 framework level과 system level 두 층으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뉴턴역학이 결정론적이라는 진술은 많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쓰여지는 말이지만 사실 이것만으로는 조금 부정확한 것이, framework level에서 2계 미분방정식을 가지는 뉴턴역학은 ‘결정론적’이겠지만, system level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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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정식을 이루는 함수가 (locally) Lipschitz continuous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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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posed problem (by Picard-Lindelof theorem)이라는 조건
이 달린 시스템을 정의할 때만 결정론적이지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시스템에서 뉴턴역학은 비결정론적이다 (예: Norton’s dome). 그래서 <뉴턴역학은 결정론적이다>라는 말은 항상 부가 설명이 필요하다.
고전장론도 마찬가지인데, 예를 들어 (고전)전자기학 같은 경우도 맥스웰 방정식이 있다고 그게 결정론적이게 되는 것이 아니고 Abraham-Lorentz force처럼 runaway solution이 생기는 문제는 well-posed가 아니므로 추가 조건들 없이는 결정론적 시스템이 아니다. 일반상대론도 아인슈타인 장방정식 자체야 결정론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GR ‘on globally hyperbolic spacetime’ is deterministic>라고 해야 하지 <‘GR’ is deterministic>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복잡계나 카오스 이론의 경우에는 해의 존재성과 유일성 조건을 만족하는 framework와 system이 결정론적이라 해도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거나, coarse-graining처럼 애초부터 framework level에서 유도 불가능한 것들이 있고, 그래서 마치 비결정론인 것처럼 보이는 예시이다.
양자 이론은 framework level에서부터 해석이 사람마다 선택적으로 갈린다. (비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 ‘표준’이라고 설명되는 양자가설들은 보통 아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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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ematical Hilbert space를 상태 공간으로 정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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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ervables와 operator를 정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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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벡터의 ‘시간 전개’를 unitary evolution으로 정의하고 슈뢰딩거 방정식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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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surement와 eigenvalue를 정의함 (Born rule, collapse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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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surement의 확률적 해석
1,2,3은 결정론적이다. 슈뢰딩거 방정식도 완전 결정론적이다. 사실 비슷한 의미에서 양자장론 포멀리즘도 Hisenberg picture에서 field operator에 작용하는 방정식이 그런 deterministic flow에 해당하고 상대론적 동역학도 framework 자체는 결정론적이다. 그런데 ‘실제로’ 관측하는 시스템 상의 결과는 비결정론적이라 양자역학의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framework level에서 IR/UV cutoff 같은 유효 장론의 입장에서는 그게 범위에 의존하는 부분이지만 (perturbation에 의해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 일어나 vacuum field가 ‘선택’되는 degeneracy라고 보면 되므로) 여튼 모든 스케일에서 결정론적이거나 비결정론적이라고 할 수 없다. 4와 5는 사실 선택의 문제이다. 가령 코펜하겐 해석은 이것들을 postulate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framework level에서 아예 비결정론적이다. 반면 디랙 포멀리즘이나 bohmian, 앙상블 해석 같은 것들은 결정론적이다.
원리적으로 대부분의 물리학 이론들은 ‘완전히’ 결정론적이었던 적이 없다. 그게 완전히 결정론적이라고 믿고 싶어한 사람들은 있었다고 한다. (예: 뉴턴, 라플라스, 아인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