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

가장 모욕적인 말에 대해 생각해보면, 의외로 패드립이나 일반적인 욕설은 막 그렇게 모욕적이지 않다. 그래서 소위 ‘배운’ 사람들은 비꼬는 어투의 말들을 쓴다. 그중에서 가장 세련되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모욕적으로 들리는 말이 하나 있는데, 독설가로 유명한 Pauli 선생이 말한 “not even wrong”이라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어떤 토론을 할 때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해서 내가 그것에 반박을 한다고 하면, 사실 ‘반론’을 한다는 것은 그 상대방과 내가 꺼낸 말이 최소한의 ‘논증’의 형태를 서로 이루고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다. 만약 둘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최소한의 논리적 구조조차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반박’이라고 말할 가치조자 없는 헛소리가 된다. 이건 단순히 “너의 의견에는 이러한 오류가 있고 저러한 이유로 틀렸다” 라고 지적받는 상황보다 훨씬 모욕적인 일이다. 오류가 있는 의견은 수정하면 되지만, “틀리지조차 못한 것”은 그렇게 고칠 수가 없는 의견인지라 그 어떤 과학적 방법론에도 접근하지 못해 논리적으로 평가할 수준조차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경험은 삽질을 남들이 보는 데서 많이 할 수록, 그게 장기적으로 나중가서 그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지라도, 그런 시행착오를 목격한 집단에서만큼은 뭔가 그 사람이 ‘바보, 무능력자, 신뢰할 수 없는 동료’처럼 취급된다는 것이다. 특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저런 “틀리지조차 못한 것”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헐…

그리고 군론 책으로 유명한 Woit 선생의 블로그 타이틀도 Pauli 선생의 저 표현을 본뜬 not even wrong이다. 근데 사실 어떤 이론물리학자들은 Woit 선생이 사기꾼(fraud)이라면서 비난한다. (이유는 끈이론 비판가라서라나 뭐라나.. 헐… )